[명사칼럼] 5년, 10년 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박형규 교수
[명사칼럼] 5년, 10년 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박형규 교수
  • 경기포털뉴스
  • 승인 2023.10.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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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10년 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
 

박형규 
한경국립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
前 경기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5%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2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샐러리맨의 노후 준비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은퇴 후 소득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50.8%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 비율이 81.3%에 달한다. 은퇴 전 평균 1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면 은퇴 후에는 매년 800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영국에서는 집값이 크게 오르는 와중에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주택 구입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등으로 확보한 노후 자금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노인 인구가 늘어서다.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은 다양한 인센티브 등을 통해 개인의 노후 대비를 장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는 등 노후 대비를 위한 정책 지원에 나섰지만 국민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누리는 연금 백만장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인의 넉넉한 노후소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401K다. 401K를 중심으로 한 사적연금 제도가 다른 국가보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인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9.2%로 한국(31.2%)보다 8%p 높은 수준이지만 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2.1%로 한국(19.6%)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를 연구한 마고토 박사가 최근 한탄하며 한 말이 있다. 1970년대 중반에 오키나와에서 접한 백세인은 대부분 활동적이었는데, 2000년대에 그 숫자는 늘었어도 50% 이상이 요양원에서 칩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코토 박사는 “현 인류의 보물인 백세인이 보석(寶石)에서 화석(化石)으로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백세인 숫자가 증가하지만 늘어나는 만큼 삶의 질이 모두 높아지지 못하는 장수 시대 역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국 대표 장수 지역인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 장수 벨트 백세인을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는가 조사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1차 백세인(2001~2003년)과 2차 백세인(2018~2023년)의 거주 환경 변화다. 백세인이 가족과 같이 지내는 비율이 90%에서 50%로 줄었다. 반면 혼자 지내는 독거가 6%에서 25%로 늘었다. 20% 정도는 요양 기관에 거주하고 있었다.

큰아들이 백세인을 부양하는 비율도 70%에서 30%로 줄어들었다. 고령 부모 부양이 전통 사회 속 장자의 의무에서 벗어나, 자녀들 간의 자발성과 공평성 기반으로 변한 것이다. 아울러 사회복지 공적 서비스 확대와 요양 시설 증대는 백세인의 독립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백세인이 사는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녀 수가 점점 더 적어지는 상황에서 혼자 사는 부모는 계속 늘어날 텐데, 초고령 장수인의 삶과 부양의 해법은 무엇일까.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10월 2일은 대한민국 노인의 날이다. 세계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국군의 날과 중복돼 우리나라는 그다음 날인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한 것이다. 전 세계가 이즈음이 되면 노인의 권리와 복지향상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날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도 벌써 27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노인 삶은 녹록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나 된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절반 이상이 노인인구로 편입되는 2025년에는 그 비중이 20.6%로 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2035년 30%, 2050년에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 10명 중 4명이 노인인 노인사회가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됐지만, 현실에서 변한 것은 많지 않다. 만 60세가 되면 아무리 좋은 직장이어도 자리에서 물러나 은퇴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3세부터다. 일반 직장의 평균 은퇴시기가 50세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넘게 근로 수익도, 연금소득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가 고령층에 편입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은퇴한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에 바쁘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취업자는 지난해 기준 36.2%나 된다. 건강상의 이유나 노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하지 못하는 노인 등도 63.8%나 되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이 일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4억5364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집 한 채가 전부인 경우가 많아 현실엔 집을 소유하긴 했지만, 생활비가 없어 생활고를 겪는 가난한 노인이 여전히 많다. OECD 주요국의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대한민국이 40.4%로 미국(21.5), 이탈리아(10.3), 노르웨이(4.4)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현재 삶이 만족하는 노인은 3명 중 1명을 약간 넘긴 34.3%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재 고령자를 위해 노후 소득지원과 취업지원, 의료·요양보호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선 올해 기준 소득 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월 최대 32만3180원의 기초연금 지급하고 있다. 또 공익활동형 60만8000개, 사회서비스형 8만5000개, 민간형 19만개 등 총 88만3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노인인구의 9.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익활동형의 경우 월소득이 27만 원에 불과해 노인의 수익활동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의료서비스 요구도 높아지는 것도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 1인가구 증가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현재 고령자 1인가구는 36.3%지만 2045년 4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노인 및 1인 가구를 관리하고 돌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작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은 ‘전국 1위 장수마을’은 전라북도 무주군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2018년 4,232명에서 2019년 4,819명, 2020년 5,581명, 2021년 6,518명, 2022년 6,922명 등으로 늘었다. 5년 새 63.56%가 증가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를 시군구로 나눠 살펴보면, 전북 무주군이 73.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 보성군 70.2명, 전남 고흥군 57.9명, 전북 고창군 56.8명, 경북 영양군 53.4명 등이 뒤따랐다. 장수 지역은 산간이나 바닷가에 많은 게 특징이다. 반면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경북 울릉군으로 0명이었다. 그다음으로 울산 남구 3.3명, 경기 오산시 3.5명, 울산 중구 4명, 부산 사상구 5명 등의 순이었다.

우리는 노인에 대한 이런 통계를 보면서 향후 5년, 10년 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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