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노령연금? 고놈이 고놈 아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노령연금 신청하러 왔어요.
네, 근데 조회해 보니 국민연금은 이미 몇 년 전에 일시금으로 받으셨는데요?
그거 말고 노령연금 있잖아요.
아, 만 65세가 되면 받는 기초연금 말씀하시는 건가요?
기초연금?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이나 고놈이 고놈 아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더불어 기초연금 접수업무를 수행하는 국민연금공단 전국 112개 지사 민원실에서 매일, 그것도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내방 고객과의 첫 대면 루틴이다.
정확한 내 이름은 ‘기초연금’이다. 나와는 배다른 형제인 ‘노령연금’은 장애연금, 유족연금과 더불어 국민연금 가문의 삼 형제 중 하나다. 노령연금은 통상 국민연금이라 불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날 노령연금과 헷갈려 잘못 부른다. 내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면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어줄 텐데,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진 내 실체를 찾기 위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내 이름을 착각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난 2008년 1월 1일 태어났다. 굳이 명확히 족보를 따지자면 1990년대 노령수당, 경로연금이 있었지만 수급자의 범위와 지급액이 무척이나 작아 일단 이름의 유래를 찾는 족보에서는 제외하기로 하자. 내 최초 이름은 ‘기초노령연금’이었다. 늙을 로(老)에 나이 령(齡), 즉 노후에 받는 연금인데, 국민연금의 노령연금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에게 모두 지급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보다는 더 기초적인 성격의 급여이기 때문이다.
이후 5년간 기초노령연금으로 불리다가 2014년 7월 1일 말 그대로 ‘기초’를 보다 튼튼히 하기 위해 지급액을 인상하고 이름도 ‘기초연금’으로 개명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초연금, 기초노령연금, 노령연금 등 혼재되어 불린다. 사람 이름도 개명하면 개명한 이름보다는 예전 이름이 툭 튀어나오기 마련이니 충분히 혼동할 만하다. 더욱이 자주 만나야 그 이름이 입에 붙겠지만 만 65세가 지나서 딱 한번 날 찾아오니 헷갈리는 건 당연지사.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는 국민연금공공단 직원들이 내 이름을 잘 소개해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만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게 매월 10만원 미만을 지급하던 기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대폭 개정해 2014년 7월 1일 기초연금이 도입됐다. 어느덧 10년이 지나 올해 도입 10주년이 되었다. 10년 전 월 지급액 20만원으로 시작된 기초연금은 2018년 25만원, 2021년 30만원으로 차츰 인상되다가 올해 최대 월 334,810원까지 체급을 키워왔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실시한 기초연금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기초연금 시행 이후 기초연금 수급가구를 포함한 노인 가구의 소득과 지출이 증가하는 등 가계수지가 개선되고, 상대빈곤율 및 평균 빈곤갭이 감소했으며,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특히 고연령대, 여성, 노인 단독가구 등 취약 노인들의 빈곤 및 소득불평등이 보다 더 완화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초’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일 따위의 기본이 되는 것, 또는 건물, 다리 따위와 같은 구조물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만든 밑받침을 뜻한다. 앞으로도 기초연금이 버거운 노후의 무게를 떠받쳐주는 든든한 토대가 되고, 국민연금은 그 기반 위에 튼튼한 축대가 되어 국민의 행복한 노후를 만드는 ‘효자 연금형제’가 되어주리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제는 훌쩍 10살이 된 기초연금에게 그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제 이름을 불러준다면 기꺼이 어르신들에게 보다 아름다운 꽃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이천설봉신문 1074호 게재]